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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생활길잡이

사도신경은 로마가톨릭교회의 잔재인가?



근년에 기독교계 일각에서 사도신경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로마가톨릭교회의 잔재라는 것이 그 주된 이유이다.


사도신경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사도들이 한 가지씩 제시한 것을 합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중세학자 로렌조 발라(Lorenzo Valla)가 밝힌 바 있다. 사도들과 속사도들의 권위를 중요하게 여기고 가명을 사용하는 일이 흔하던 시대에 사도들을 관련시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사도신경은 100년경에 그 골격이 잡혔고, 150년경에 지금의 형태로 사용되었다. 서방교회는 니케야공의회가 만든 신경을 사용해 오다가 “필리오케” 문제로 동방교회와 갈등을 겪으면서 1천년 경부터 다시 사도신경을 널리 사용했다.


사도신경은 세례문답용이었다. 이단 영지주의가 기독교를 위협하던 시대에, 세례자가 “그대는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신 아버지를 믿는가?” 하고 물으면 피세례자가 “예” 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아버지, 아들, 성령에 대한 신앙고백을 한 것이 현재의 형태로 발전한 듯하다.


초대교회는 사도신경을 정통신자와 이단―영지주의와 몬타누스주의를 식별하는 징표(symbol)로 삼았다. 사도신경의 각 조항은 영지주의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 영지주의자들은 이원론적 헬라사고 양식에 근거하여 하나님이 물질세계를 창조했다는 것을 거부했다. 실재하는 것은 영적인 세계뿐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의 아들인 그리스도는 악에 속하는 물질―육체를 가지지 않았다고 믿었다.


사도신경은 물질세계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전능하신 하나님의 통치영역 아래 있다고 고백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시고, 고난을 당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은 육신을 지녔다는 뜻이다.


“거룩한 공회공교회―보편교회”(the holy catholic church)를 믿는다는 고백은 영지주의와 몬타누스주의에 대한 정통교회의 권위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 말 사도신경에 정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아들”을 “독생자”로, “동정녀”를 “숫처녀”로 고쳐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았다”도 라틴어 본문처럼 “빌라도 아래서”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빌라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놓아주려고 노력했으나 그 사건의 최고 책임자였고 그리스도를 처형하라고 허락했으므로 빌라도로부터 고난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그릇되지 않다. “지옥에 내려 가사”는 교리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여, 미국에서처럼, 생략된 채 우리 나라에 소개되었다.


사도신경은 과연 로마가톨릭교회의 잔재인가? 이단 교리를 반영하거나 강화하는가? “거룩한 공회공교회―보편교회(the holy catholic church)를 믿으며”의 원문 “거룩한 가톨릭교회”는 현대 로마가톨릭교회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성도의 교제”는 신자들과 죽은 성자와 교통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도신경은 성자 혹은 성자숭배 개념이 정립되기 전에 만들어졌다. 종교개혁신학자들은 “가톨릭”이라는 단어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보편적인 그리스도의 교회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죄 사함”을 믿는다는 고백도 사제나 성자가 죄를 사한다고 하는 고백이 아니다.


사도신경은 베드로와 바울이 전도하여 세운 교회가 만들었다. 1054년에 동·서방교회가 분리되기까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는 보편적인 하나의 교회(a catholic church)를 구성하고 있었다. 비성경적 교리와 미신적 종교행습과 교황주의로 탈바꿈한 오늘날의 “로마교”가 등장하기 전에 만들어졌다. 로마가톨릭교회를 거짓교회로 여긴 종교개혁자들도 사도신경을 거부하지 않았다.


사도신경에 구원론과 성경관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탄하는 것도 후대의 시각으로 옛 문헌을 평가절하 하는 오류이다. 십자가의 도리, 이신득구, 이신칭의 교리, 천국과 지옥, 성경의 권위 교리는 사도신경보다 훨씬 후대에 체계화 되었다. 사도신경은 영지주의와 관련하여 초대 기독교인들이 중요하게 여긴 것들을 개괄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21세기의 기독인이 믿고 고백해야 하는 신앙교리 조항을 총망라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도신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한 교회가 완벽하지 않고 교부들이 완전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그 고백문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인신공격(ad hominem)이다. 오늘의 교회와 마찬가지로 초대교회도 완전하지 않았다. 진리는 완벽한 교회, 개인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역사에 등장한 신앙고백문들을 만든 사람들 가운데 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월북 시인이 지은 것이라고 하여 즐겨 부르는 동요를 애창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이 전개되지 이전의 신앙고백 문헌, 신조, 신학을 모조리 로마가톨릭교회의 잔재로 보는 논리에 따르면 갑파도기아 신학자들이 정리한 삼위일체 교리, 니케야공의회(325)로 부터 칼케돈공의회(451)까지에 발전한 기독론, 중세수도사 안셀무스가 밝혀 낸 그리스도의 속죄론도 거부해야 한다. 니케아신경, 아타나시우스신경, 서방교회의 교황 레오가 틀을 제시하여 채택된 칼케돈신경도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서방교회의 오렌지공의회(529)가 반펠라기우스주의를 거부한 것과 서방교회에 충실했던 어거스틴의 가르침도 모두 거부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도신경은 하나의 역사적 고백문헌이며 교회가 고대교회가 물려준 영적 유산이다. 보편적인 기독교신앙과 이단사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사도신경은 그것들을 구분하고 확인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다양한 교파와 이단들이 존재하는 오늘날에 우리는 최소한 이것은 믿어야 “형제”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하는 무슨 기준이 필요하다. 사도신경은 자연스럽게 그러한 기능을 갖게 되었다. 사도신경이 고백하는 기독교의 중추적인 교리를 믿지 않는 자는 이단이다.


사도신경을 예배에 사용한다고 하여 잘못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그것을 예배시간에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잘못이다. 사도신경은 예배시간에 암송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세례를 예배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던 시대에 사용된 세례문답용 고백문이었다. 예배의 신앙고백적, 교육적 기능을 고려하면, 사도신경을 예배 중에 사용하는 것도 무방해 보인다.


개혁교회와 장로교회라면 예배를 드릴 때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나 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을 매 예배시간마다 암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그 분량이 너무 많다.


사도신경은 삼위일체 중심의 기독교의 교리를 요점적으로 담고 있다. 간결하여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성경이 가르치는 바를 전 포괄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까닭으로 예배 중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사용여부는 개인 혹은 개 신앙공동체가 선택할 사항이다. 그러나 로마가톨릭교회의 잔재라는 까닭으로 예배 중에 사용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이단을 경계하고 로마가톨릭교회의 미신적 혹은 비성경적 잔재를 청산하려는 민감성을 높이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미명아래서 단세포적이며 극단적인 발상을 가지고 초대교회가 물려준 소중한 신앙고백문을 도외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아기까지 버리는 격이다.


[덧붙임] 사도신경을 로마가톨릭교회의 잔재로 보는 자들은 이것이 7세기에 이르러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새 번역 사도신경’은 필자와 몇몇 학자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주도로 번역한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마지막 단계에 가담, 심의한 뒤, 두 연합 기구가 이를 받아들였다.



최덕성, [종교개혁전야] (서울: 본문과현장사이, 2003), 82-96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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